2013년 7월 23일 화요일

0723~0811 북유럽 머뭅니다.

7월17일 포스팅에서 예고한 바(엮인글), 7월23일(화. 출국)~8월11일(일. 귀국)까지 해외에 머뭅니다. 

북유럽 여행이 주 목적이고 겸사겸사 금년 개최된 베니스 비엔날레와 그 동네에서 열리는 중요한 전시 2~3편을 보고 올 예정입니다. 

금주 <시사인>에 실릴 예정이었던 '무라카미 다카시(플라토)' 리뷰는, 다음 주 호에 실린다고 연락 받았고요. <한겨레21>에서 여러 필자들이 돌아가며 심신의 안식처로 그들이 꼽는 특정 지역에 관한 연재물인, '마이 소울 시티'는 다다음주에 실린다고 하네요. 두 편 모두 귀국 직후 원고를 올리지요. 



1. 그렇지 않아도 스팸 광고 덧글이 많이 매달리는 블로그인 탓에, 외유 기간 만큼은 네이버 로그인 유저에 한해 덧글 허용을 해서 스팸을 최소화 하려고 합니다. 물론 귀국 직후 원상태(비로그인 덧글 허용)로 복귀 예정. 

2. 원고 및 기타 청탁은 메일(dogstylist@지메일)로 보내세요. 국외에서 가끔 확인합니다. 휴대전화 로밍 안하고 나갑니다. 

3. 북유럽 국가들은 유로를 통화로 쓰지 않고 자체 화폐를 씁니다. 고로 죄다 환전해야 하는 성가심이 있음. 


2013년 7월 22일 월요일

0722 봉준호 - 설국열차 ★★★

7월22일(월) 14시. 왕십리CGV.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Snowpiercer)>(2013) 시사회.

별점: 





출국을 하루 앞두고 관람한 7월 마지막 시사 영화 <설국열차>
온난화가 초래한 묵시론적 신종 미래상을 배경으로 삼았다. 인류에게 또 다시 도래한 빙하기에서, 영화의 무대로 나오는 무한정 달리는 기차(설국열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거주지이다. 말하자면 사회 축소판쯤 된다. 기차 내부에서 빚어지는 계급 갈등과 계급 반동의 드라마가 전개부에 나오는데, 전반부의 양 계급간 첫 대결쯤 될 도끼 혈투부터 긴박감이 떨어졌다. 혈흔낭자한 초강도 고어에 익숙해져서인지, 상반되는 양 진영의 첫 충돌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또 완고한 영국식 어투로 하류사회를 교조적으로 비하하는 상류사회 여성 총리 메이슨(틸다 스읜튼)의 연설도 원작 만화에선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선 신파 같았고,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을 꼭 그녀의 대사를 통해 장황하게 해설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류계급의 반동이 열차의 객차를 넘고 넘어, 성스러운 엔진이 놓인(기차의 최고위층이 머무는) 기차 맨 앞칸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긴박감이 떨어진다. 객차 내부의 상류사회의 모습이 비춘 취지는 알겠는데, 객차를 넘어설 때마다 상류사회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아서 별다른 마찰 없이 앞칸까지 통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에 나온다. 기차를 세상의 알레고리로 설정한 영화 줄거리가, 결말부에서 열차의 절대자인 윌포드의 독백에 가까운 대사를 통해 강화됨을 느낄 때다. 그 잔잔한 장면에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기차의 객실마다 구성원이 누리는 등급을 세상의 계급 구성원마다 누리는 차별적인 등급에 빗댄 알레고리 때문이 아니다. 기차의 하류계급의 반란군 수장마저 상류계급의 부조리를 되밟게 된다는 영화적 반전을 통해, 완벽한 선이나 완벽한 악이 없는 세상의 진실을 쓰라리게 확인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마저 세상을 그저 아주 조금 밝게 해주니까.  

한데 마지막 장면을 통해 높은 점수를 주자니, 영화 <설국열차>이 그 문제의 알레고리를 원작 만화에서 빚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또 봉준호의 차기작이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도.  


* 상류사회의 사병들의 제복과 철모를 2차대전 독일 나치에서 차용하거나, 일본 생체실험에서 차용했을 영화 속 생체실험을 보면서, 역사적 악몽은 오래 장수한다는 생각.   

**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사소한 원인을 꼽자면, 시종 어두운 실내가 영화적 공간으로 설정된 점과, 한국 관객의 처지에서 외국어가 주 대사로 설정된 한국영화인 점도 들 수 있다. 

*** 한국관객이라면 감독과 배우 2인 이상의 국적, 그리고 영화 포스터 때문에 송강호의 극중 비중이 높으리라 예상하고 볼텐데, 커티스 역할로 출연하는 크리스 에반스의 출연 회수와 극중 비중이 훨씬 높다. 큰 비중이 아니어도 막후 조정자로 설정된 윌포드 역의 에드 해리스의 영화 후반 연기력도 볼 만하다. 

**** 각 배역마다 유명한 해외 출연진들을 볼 수 있는 한국 영화다. 

***** 마지막 기차 전복 CG 볼만했다 

2013년 7월 21일 일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루이비통(씨네21)

* <씨네21>(914호)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77회분. 쿠사마 야요이 개인전 서문(엮인글) 말미에 인용 되는 야요이 쿠사마 말년에 콜라보레이션 계약을 맺은 명품회사 루이비통을 다룬 글이다. 지난 76회 프라이탁에 이은 '브랜드 시리즈 2탄'  원고.



루이비통의 이중 역설




 상.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 마네킹을 세워둔 홍콩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
중. 무라카미 다카시가 디자인한 다색배합 로고로 외관을 포장한 루이비통 매장.
하. 대문짝만하게 짝퉁(fake)이라 표시해 위조품 의혹을 피해가려는 한 짝퉁 루이비통 매장.



한 시장분석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세계 명품 브랜드 순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수년 째 지키고 있다. 유구한 전통, 장인의 솜씨, 높은 거래 가격, 극소수를 위한 사치품, 조형적 완성도, 희소성 등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보장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명품의 생리는 예술품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명품 브랜드는 경쟁사와의 변별력을 유지하려고 ‘보다 더 예술적’인 그림자를 제품에 덧씌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 전략이다. 콜라보레이션이 명품 회사만의 독점적 홍보 전략인건 아니지만 단순한 홍보 수준을 넘어 명품의 본질을 증폭시키고, 명품회사와 예술가가 힘을 합쳐서 상호 이득을 나누는 점 때문에 콜라보레이션은 예술품과 명품 사이의 공통점을 잇는 접점이다. 명품은 예술의 희소성을, 예술품은 명품의 인지도를 나눠 갖는 콜라보레이션 전략에서도 루비비통이 타사를 앞선다.

2012년 루이비통의 신상품 광고는 물방울무늬 의상을 착용한 8등신 모델이 얼굴과 인체에 마저 물방울무늬를 그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그 해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 관계에 들어선 일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1960년대 그녀의 인체 위에 행한 물방울무늬를 상품 광고가 차용한 것이다. 루이비통은 그동안 많은 현대 미술가들과 협업관계를 맺어왔다. 그렇다고 협업 예술가들이 루이비통의 패션 디자인에 직접 관여하는 건 아닐 게다. 쿠사마 야요이의 브랜드인 물방울무늬를 루이비통이 자사 제품 디자인에 원용함으로써, 작가의 인지도와 지명도를 합법적으로 빌려와 제품의 명성을 증폭시키는 것이리라. 쿠사마 야요이와 콜라보레이션을 맺은 직후 루이 비통 뉴욕 매장과 전 세계 주요 매장 쇼윈도에 쿠사마 야요이를 닮은 마네킹이 세워졌고, 옥스퍼드의 셀프리지스 백화점 건물 위로는 4미터 높이의 쿠사마 야요이 거인상이 올라섰다. 예술품과 상품이 중첩되는 착시 효과를 노려 예술가의 동상을 앞세운 것이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관람한 한 미술잡지 편집자는 그 행사를 일본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점령했다.”고 평했다.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을 맺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그 해에 100여년간 유지된 루이비통의 단색조 모노그램을 총천연색으로 교체했는데, 덕분에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에선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감상하고, 루이비통 베니스 매장에선 무라카미가 디자인한 총천연색 가방을 구경하고, 다시 베니스 노상에선 루이비통 모조품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무라카미 다카시의 흔적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통 모노그램에 안주해 있던 명품 회사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쇄신한 건, 무라카미 다카시가 루이비통의 모노그램과 바탕의 채색을 기대치 이상으로 뒤집어 놨기 때문이리라.

세계 명품 브랜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루이비통은 같은 수준의 역설도 안고 있다. 세상에서 제조 유통되는 짝퉁 명품 중 수적으로 최대 수량을 보유한 게 루이비통이므로. 루이비통은 짝퉁 전담팀을 운영하지만, 짝퉁은 견제 대상이지만 홍보대사의 역할도 수행하는 이중 역설이다. 짝퉁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어차피 진품을 구입할 형편이 아닐 테니까.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

0714 민2(placeMak) 0715 이현진+동방의 요괴들(관훈) 전수경(노암) 0717 알렉산더 칼더(리움) 0720 야나기 무네요시(덕수궁) 0721 이하(룰루랄라) 어바웃북스(상상마당)

0714(일)
민2 '눈에 먼지가 들어와' (2013.0621~0714 , placeMak)

0715(월)
이현진 'Meat eater' (2013.0619~? 관훈)
동방의 요괴들 'You give me fever' (2013.0704~0715 관훈)
전수경 'Body Complex' (2013.0710~0723 노암)

0717(수)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2013.0718~1020 리움)

0720(토)
'야나기 무네요시(2013.0525~0721 덕수궁미술관)

0721(일)
이하 '왜 나만 갖고 그래(2013.0721~0815 공간 룰루랄라)
제4회 KT&G 상상마당 '어바웃북스 About Books' (2013.0613~0811 상상마당 갤러리) 





민2(placeMak)



 '플레이스 막'은 이름을 반복해서 들었지만 가보긴 처음. 방문할 작정으로 찾아간 게 아니라, 연남동 식당 '툭툭누들타이'에서 누나의 생일밥을 먹고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밖을 서성대다가 골목길에 들어선 전시장을 우연히 발견. 
예정에 없던 전시 관람이었지만, 평면 작가 2명과 함께 본 터라 전시장 안에서 '그리기의 질감'에 대해 짧은 대화를 했다. 




이현진(관훈)



 창작과 관람의 구조 변화를 확인시키는 무수한 사례들 중 하나로 꼽힐 작가의 전시. 이현진의 작업은 독립매거진 <원피스>(06호)의 겉표지에 쓰이기도 했다. 




동방의 요괴들(관훈)
 진귀원, 어반 아나콘다 2009(앞) + 인터뷰 2010(뒤)

 이재훈, (제목이 복잡해서....  생략)  2010

 주다인, 이삿짐1, 2012

'동방의 요괴들' 기획전을 처음 관람한 것 같다. 내가 간 날이 전시 폐막일이더라. 구작인 점이 조금 걸렸지만, 만화적 설정을 등신대(?)의 합성수지 인물상으로 재현한 입체작업과, 어느덧 현대적 풍경화의 원점이 된 대형 건물의 표면을 변형한 사진 작업과, 전시장 한구석을 차지하는 초대형으로 부풀린 일상품을 놓아서 헐렁한 시각 충격을 유발하는 설치물 등이 눈에 들어왔다.  



전수경(노암)
 The last summer, 2011. 출품작 대부분은 연전에 금호갤러리 개인전때와 유사. 작품과 비평보기.  




알렉산더 칼더(리움)
 구경화 (리움 학예사)

 원숭이, 1928

 무제, 1925

 항해, 1931

 가짜뱀 1944

 무제 1930


 남십자성 1963

 흰면사포, 1968


 알렉산더 칼더의 평점은 전시 제목처럼 모빌처럼 고정된 조형대상에 동력을 부착한 점에서 오는데, 정작 여느 키네틱 아트와 다른 점은 조각의 움직임이 미세하고, 흔들리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최소한의 부피로 최대치의 부피감을 만드는 모빌의 조합에서 오는 것 같다. 또 미미하나마 관객 참여(모빌에 입으로 바람을 부는 행위)을 점잖게 유도한 점도 높은 평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모빌과 조명과 조명이 만드는 그림자로 작품이 연장성을 확보하는 것도. 높게 천장에 매달린 모노톤의 모빌이 잔잔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고급 취미를 충족시키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모빌을 트레이드 마크로 발전시키기 전에, 칼더의 초창기 평면 작업에서 발견되는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구성과 초현실주의의 궤적은 움직이는 조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칼더의 격의 없는 호기심의 단서는 되어줄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덕수궁)



 야나기의 전시회를 깜박 잊고 있다가, 지난 6월28일 아시아나 항공 강연 때, 강연 진행을 해준 국립현대미술관 교육팀의 담당자가 내게 초대권을 주면서 일깨워줬다. 전시 폐막을 하루 앞두고 다녀왔다. 야나기 전시와 연계된 강연이 총3번 있다고 해서 나는 마지막 강연을 들은 셈이다. 비루하고 미완에 가까운 일상품으로부터 변별력을 발견한 야나기의 민예론이나, 야나기가 '창작하는' 수집 행위를 통해 민예론을 수립한 점에 나는 주목했다. 
마지막 강연자는 스기야마 타가시(일본 민예관 학예부장). 야나기의 생애와 업적이 강연 주제였기 때문에 특별한 정보가 있는 강의는 아니다. 강연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은 불만족스럽다. 약 40분이 넘도록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질문자는 중언부언, 답변자는 과도하게 장황한 답을 쏟아내며 채웠다. 왜들 명쾌하게 잘라 말할 줄 모르는지,,, 가만 앉아 보고 있노라니 답답. 




이하(공간 룰루랄라)



 <시사인>에 실린 전시소식을 통해 알고 갔다. 시사주간지는 본래 제도 비평이 더는 관심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정치적 내래티브가 선명한 그래서 기사화할 명분이 또렷한' 미술을 선호한다. 그런 시각의 편차 때문에 비평적 과제로 느껴지는 전시이기도. 21세기에 제도예술권 외곽에서 드물게 구현되고 관전되는 정치예술의 일면. 







어바웃북스(상상마당)







 아카이브 전시가 흔히 지겹기 마련인데, 텍스트로 구성된 잡지(독립잡지)를 모아놓은 상상마당의 '어바웃북스'는 종래 따분한 아카이브 전시와는 다르다. 8월11일까지 전시를 하므로, 홍대에 갈일이 있다면 관람을 권한다. 한국에서 발간되는 독립잡지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국내에서 독립잡지가 이토록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전시중인 잡지는 현장에서 판매되기도 하는데, 한정판으로 출간된 이 독립잡지들의 가격은 부피에 비하면 센 편이다. 미술인과 미대생을 중심으로 제작된 독립잡지들도 보였는데, 연전에 서울과학기술대 제자가 무료로 발송해준 <가변크기>라는 교내지도 전시중이어서 살짝 놀랐고, 작가 안규철의 잡지책(?)도 보였고, 한성대 석사학위 청구전에 맞춰 제작된 도록겸 잡지(?)도 보였다. 국내외 사진가의 사진을 모아놓은 잡지 <Blink>에는 패션사진의 세례를 받은 예술사진 작가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었다. 일테면 지상전紙上展 같은 무대로서의 잡지. 



+



부록(외환은행 을지로 본점 건물 내부)

환전 때문에 외환은행 본점(을지로)에 들렀다가 벽에 걸린 안창홍의 패션쇼인상(1995)을 발견. 북유럽 통화는 외환은행 본점에 방문해야 안정적으로 환전할 수 있다. 북유럽 통화의 사용빈도가 높질 않아서 외환은행 지점에선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질 않단다. 

신경전달물질의 파도



희노애락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불규칙한 파동으로 두뇌를 흘러가는 기분에 젖을 때가 잦다.   



쉬운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관대한 심정이었다가, 이내 용납할 수 없는 심정으로 뒤바뀌곤 하는데, 이런 감정의 편차는 평범한 변덕과는 차원이 다른 감각질로 느껴진다. 이처럼 편차가 다른 두 심정을 큰 마찰 없이 조율하고, 또한 변덕진 행동으로 내보이지 않는 건, (아마) 상이한 두 감정 차이를 전지적으로 내려보는 수퍼에고 때문인 것 같다.

2013년 7월 20일 토요일

데킬라와 시리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연일 계속되는 술. 술은 집에 비축해두면 지속적으로 마시게 된다. 

'소금 찍어 마시는 데킬라'라는 데킬라 음용의 일반론에 분연히 저항하고자, 달콤한 시리얼을 안주삼아 데킬라 마시는 새벽.
나름 '예술의 본질은 전복'이라는 소신을 이행한다고 믿으며...



듀랑고(Durango) 데킬라는 처음 마셔본다. 


2013년 7월 19일 금요일

서울대 도서관

 7월2일(화) 4층 연속간행물실.

7월18일(목) 5층 5열람실.

6월 7월 생일밥

생일밥 모임이 겹친 6월과 7월. 
내가 교류하는 소수의 지인들 사이에는 암묵의 원칙이 하나 있는데, 생일밥은 생일 당사자가 전부 산다는 것. 




 6월17일(월). 첫 생일밥. 이태원 '인스턴트 펑크'. 최근 공동 저술로 발간한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의 공동 저자인 박찬일 셰프가 운영하는 곳.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홍대 주차장거리의 '라 꼼마'였다. 개성있는 건물 외관, 색다른 맛, 따라서 비싼 가격.



 6월30일(일). 풍화된 토탈미술관 노천극장 바닥. 전시를 함께 본 어떤 친구에게 저 노천극장을 바라보며 이런 얘길 해줬다. 

"바닥을 드러낸 저 노천극장의 모습이 이곳의 급변한 현실의 증거 같다. 연전(1990년 무렵)에는 동민을 대상으로 토탈미술관에서 전시 오프닝을 초대하곤 했는데, 당시 저 노천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이 공연되었고 음식도 제공되고 그랬었다."


 7월2일(화). 어느 대학 식당에서 파는 '짬짜면' 가격 4천원. 



 지난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페이스북에 올려졌다는 사진을 이곳에 올린 적이 있는데, 김달진 선생으로부터 그 사진을 어떤 작가가 그려준 그림을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얘길 전해들었다.


1. 그림 아래 작가 서명이 있는데, 잘 읽히질 않아서 작가 성함은 모르겠다. 아무튼 재치있게 그리셨다.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나와 김달진 선생의 볼살이 서로 바뀐 것 같다는 것! 내 얼굴 저렇게 옆으로 퍼지지 않았는데...  그림의 왼쪽 볼살이 저리 두툼하게 묘사된 이유는 사진 속에 보이는 탈색한 머리를 살로 오해하신 듯.  
2. 교훈. 페이스북 계속 하지 말아야지. 

 7월4일(목). 사모해마지 않는 롤프 프리마 휠셋을 되받아 품에 안은 나. '썽이샵'에서 수리를 받은 직후. 



 <스프링 브레이커스> 시사회장(상상마당). 사진 보며 다짐. => 저리 경직된 표정 나오지 않도록 앞으론 유의하자. 


 7월5일(금). <스프링 브레이커스> 시사회 관람 직후. 그 현란한 영화와 동기화된 금요일 밤의 홍대 앞 거리. 



 7월10일(수). <씨네21>에서 내 담당인 심은하 기자(배달원이 종종 "영화배우, 그 심은하에요?"라고 물어본다. 아니다.)와 상수동 국수집 '탐라식당'에서 시켜먹은 멸치 튀금. 이 식당에는 2종류(순한 도수-그냥 도수)의 소주를 파는데, 이 날 두병 모두 마셔봤지만 나는 그냥 도수가 맞더라.



 신림동에서 발견한 이름 모를 라이더. 헬멧-상의-자전거를 분홍으로 깔맞춤 했길래 찍었다. 안장을 너무 낮춰 타는건 보통 라이더들이랑 똑같네. 저런 탑승 자세는 대대로 반복되는 고질적으로 잘못된 자세인데...  내가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두번째 생일밥. 연남동 '툭툭 누들 타이'.  오후 5시부터 개장을 한다고 해서 오후4시58분에 도착해서 봤더니, 긴 줄이 이미 늘어서 있었다. 5시 정각에 줄을 따라 들어가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았다. 그 후로 입장한 손님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것 같았다. 음식맛은 만족스러운 편.  


 커피 리브레. 공정무역 커피집으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연남동 인근에 간 김에 처음 가서 마셨다. 저 안에서 시켜 마실 수 있는 커피의 가짓수가 딱 3종류로 제한되어 있고 가격도 모두 4천원이었다. 에스프레소는 독특한 향이 있어서 음미할만했다. 한데 구입한 원두는 갈아 마셔보니 별 매력이 없었다. 

 세상이 좁아서 노상에서 만나는 인연.  '툭툭 누들 타이' 먹고 나오던 길에.  (좌에서 우) 허보윤 전용일 한수정 김형관 




 7월14일(일). 생일밥 2차로 이동한 이태원 '더 부스'. 이 집도 메뉴가 한정되어 있다. 이집 가면 그냥 에일ale 맥주(5천원) 시켜마시면 된다.





 7월17일(수) 리움. '알렉산더 칼더' 프리오프닝.  

리움 오프닝은 어지간 해서 홀로 가는 편인데, 출국 직전에 꼭 만나야 하는 학생이 있어서 이날 만나서 함께 갔다. 이런 오프닝은 미대생들에겐 신기한 구경거리가 될 수 있으므로. 
김인혜 학예사(국립현대)가 찍어준 사진의 포커스가 흔들렸다. 내 이럴줄 알았지. 해서 내가 사진 찍을 때마다 늘 부탁하는 말이 있음.  "여러 장 찍어야 고작 하나 건진다. 여러 장 찍어라." 


7월18일(목). 손수 핸드드립커피를 마신 후로 이런 체인식 커피점에는 가질 않지만, 어쩌다 누굴 따라가서 마셔보면 여지없이 불만족스럽다. 

파스쿠치의 상품 가치는 커피맛에서 오는 게 아니라, 시선을 사로잡는 현란한 인테리어와 조명장치가 만드는 전시효과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