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8일 금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뇨타이모리- 알몸초밥 (씨네21)

* <씨네21>(981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110회.



먹고 싶은 것에 관해




상. 영화 <스시 걸> 2012 
하. 레인보우 블랙의 <차차> 뮤직비디오 2014



섹스를 식사에 비유하거나성기를 음식에 비유하고 싶은 강한 유혹이 있다섹스와 식사를 유비하려는 건 흡사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둘 사이의 연관성을 묘사한 오랜 원조로 구약성경에 적힌 선악과를 들 수 있다사과라고 믿어지는 금단의 열매는 처녀성으로 해석된다성적인 일탈을 금단의 열매에 빗대어 공동체가 지키려는 성윤리의 기준선을 제시한 우화라고 볼 수 있다.

절제 되지 않는 식탐을 한가득 쌓아올린 고열량 음식더미로 재현하고그걸 음식 포르노(food porn)’라고 칭하는 것도 섹스와 식사의 연관성이 지어낸 결과일 것이다.

사랑을 고백할 때 초콜릿과 사탕을 건네는 관습은성적인 호기심을 음식 선물로 은유한가장 완화된 버전일 것이다외형이 닮은 먹을거리들이 남녀 성기에 무수히 비유되어 왔다묘사하기에 수월한 외성기인 남성기에 비유된 오이나 바나나 같은 먹을거리도 있지만상대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운 내성기인 여성기를 비유한 먹을거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섹스 체위 상 수세적인 포지션에 여성이 놓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뇨타이모리(Nyotaimori)는 알몸 초밥이다뇨타이모리는 여체를 음식에 비유하려는 강한 유혹이 음식문화로 실행된 경우다.뇨타이모리는 알몸 위에 초밥을 얹어 제공하기 때문에위생 문제와 윤리적 논쟁을 일으킨다일부 국가는 뇨타이모리를 단속하지만뿌리 뽑기 힘든 강한 수요가 있다.

뇨타이모리를 우회적으로 차용한 걸그룹 레인보우 블랙의 <차차> 뮤직비디오는 식욕을 돋는 단음식과 성욕을 돋는 멤버들의 각선미를 선반 위에 병렬시켜서 레인보우 블랙의 섹스어필을 호소한 가장 손쉬운 연출이다이는 빈약한 음악을 섹스-음식 마케팅 공식으로 만회하려는 전략 같기도 하다.

젖꼭지와 성기를 음식과 장식물 따위로 아슬아슬하게 가린 뇨타이모리를 대접받는 손님은 지켜야할 기본 매너가 있다누운 알몸 모델에게 말을 걸지 말 것인체를 눈으로만 보되 만지지 말 것초밥은 젓가락으로만 집을 것 등이다뇨타이모리의 매너는 빈약한 음식의 질을 감각 분산으로 만회하려는 전략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뇨타이모리의 전략은 충족되지 못해서 번번이 좌절된 성욕을 유사품(식욕)으로 대체하려는 보통 사람의 조건반사에 화답하는 정직한 상술 같기도 하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2014년 11월 27일 목요일

호텔 vip 매거진

국내 최상위 호텔의 vip 매거진의 청탁으로 몇번 기고한 적이 있는데, 원고가 수록된 잡지들을 오늘 처음 택배로 받아봤다. 
잡지를 펼쳐보다가 놀란 사실 중 크게 3가지 만.  


1. (나는 시간을 휴대전화로 확인하는데, 여전히...) 최고급 손목시계 광고가 많다는 사실. 

2. 기사의 지문은 모두 한글인데, 제목만큼은 죄다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는 사실. (왜?)

3. 잡지의 지향점을 짐작하게 만드는 지문 일부: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Noblian 독자를 위한 감각적인 커버리지는 일반적인 에드버토리얼도 유니크하게 선보입니다. 에드버토리얼 단독 섹션은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가이드와 더불어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에도 효과적인 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고급 취향의 속물적 진면모를 증언하는 지문 같았다. 

2014년 11월 26일 수요일

1031 다방다방프로젝트(상상마당) 1101 도슨트교육(국립현대) 1105 린다 매카트니(대림) 1106 이현준(플레이스막) 유근택(OCI) 1107 남경민(사비나) 유승호(가회동60) 1112 박지혜(버튼) 1114 양희아(지상소) 임대의추억(기와하우스) 1115 구동희(시청각) 1117 회의(서울시립)

11월 중순까지 미술일지.


1031(금)
다방다방 多方茶房 프로젝트-반사적 바깥  (2014.1101~1129 상상마당) 

1101(토)
도슨트 양성 기초교육 & 심화교육 (10시&14시 국립현대 과천관) 
 
1105(수) 
린다 매카트니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2014.1106~2015.0426 대림미술관) 
  
1106(목) 
이현준 'V.U.C.A(2014.1106~1123 플레이스막) 
유근택 '끝없는 내일' (2014.1106~1228 OCI미술관) 
 
1107(금)
남경민 '풍경속에 머물다(2014.1107~1219 사비나미술관) 
유승호 개인전 (2014.1107~1126 가회동60) 

1112(수) 
박지혜 'Breaking the waves·破海(2014.1112~1207 버튼)​  

1114(금) 
양희아 '선과 밤의 지점' (2014.1114~1130 지상소)  
임대의 추억 (2014.1114~1116 기와하우스)

1115(토) 
구동희 '도록을 위한 전시' (2014.1016~1115 시청각)

1117(월) 
회의 (17시 서울시립미술관)




다방다방 多方茶房 프로젝트-반사적 바깥  (2014.1101~1129 상상마당) 
 


도슨트 양성 기초교육 & 심화교육 (10시&14시 국립현대 과천관) 

강연 직후 청강하러온 학생이 찍은 사진. 총 4회의 도슨트 교육을 마치고 수강자 일부와 신대방삼거리역 살 때 종종 가던 장어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린다 매카트니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2014.1106~2015.0426 대림미술관) 


 
검색해보니 대림에서 열리는 폴 매카트니의 아내의 사진 전은 세계 순회 중인 모양이다.  
내부자 시선으로 당대의 예능인들을 기록한 사진 모음이지만, 음악인의 사생활 기록에 집중한 사진전이다. 재밌는 건 사진 속에 윌럼 드 쿠닝의 초상 사진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비틀즈 음반 'Abbey Road'에서 길을 건너는 멤버들의 사진도 린다가 촬영한 모양이더라. 



이현준 'V.U.C.A(2014.1106~1123 플레이스막) 


 
아스코 도전자였던 이현준의 개인전에 갔닥 만난 아스코 도전자들 윤세화, 구혜영, 료니. 다음 일정 때문에 전시의 메인이었을 육체미 좋은 남성 퍼포머의 공연을 보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유근택 '끝없는 내일' (2014.1106~1228 OCI미술관) 




 
 
아파트 생활이 일반적이 거주 문화가 된 한국사회에서, 아파트의 실내외를 주된 화두로 선점한 유근택의 개인전. 아마도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바깥을 내다본 듯한 창틀의 모습은 류장복의 창문 연작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풍경의 위상을 재배치한 1층 작품이다.  상대적으로 원근법에 취약한 동양화의 구도를, 수면의 반사면을 이용한 부정확한 위상으로 계승한 것 같기도 했다. 고전적인 도상들(프리드리히 다비드의 '방랑자')도 풍경 속에 배치된 게 보였다. 유유근택을 각인 시킨 건 아파트라는 주제와 과슈에 호분을 섞어서 만든 불투명한 채도인 것도 같다.  



남경민 '풍경 속에 머물다' (2014.1107~1219 사비나 미술관)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치를 평론가는 흔히 모르는데, 그 지점을 짐작하게 한 전시. 



유승호 개인전 (2014.1107~1126 가회동60) 




 
본의 아니게 쓸만한 힌트를 얻고 온 전시회.  액정이 박살난 아이폰은 전시를 함께 보러간 지인의 것. 




박지혜 'Breaking the waves·破海(2014.1112~1207 버튼)


 
뒷풀이에 가서 내가 생각한 보완점에 관해 작가와 짧게 얘기나눴다. 



양희아 '선과 밤의 지점' (2014.1114~1130 지상소)  




 
 작가의 실존적 고백이 모여서 만든 작품. 작품의 수가 굉장히 많고, 결과적으로 텍스트도 많은 전시다. 



임대의 추억 (2014.1114~1116 기와하우스)




 
작가 5인(김수환, 김허앵, 류은지, 이미정, 차지량)이 단 3일 동안 연 관계미학적 전시. 게스트 하우스에서 관객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낭독회를 열고 벽에 작품을 걸었다. 원래 계획은 러브 호텔의 동의를 얻어서 러브 호텔 객실에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무산 되었다고 함.   



남희승(도스)


 



구동희 '도록을 위한 전시' (2014.1016~1115 시청각)





 
짧은 소견은 평가서에 곧 밝힐 예정. 전시 제목에 정확히 동일한 전시회다. 



 자문 회의 (17시 서울시립미술관)


 
어떤 주제에 대한 자문 회의에 참석했는데, 자문 내용에 대한 '보안각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회의였다. 그래서 비밀. 
 뒷풀이 식당은 서울시립에서 자주 간다는 '금란'으로 

1125 구디지 → kbs → 집

종로구로 거처를 옮긴 후, kbs 녹음 때문에 집에서 여의도까지 처음 이동한 날. 주로  자전거 이동 시간을 쟀다. 
kbs 녹음 하러 여의도까지 간 김에, 근처의 용무 두 가지를 덩달아 처리하고 귀가했다.  금천예술공장에 방문했을 땐 그 곳 매니저가 제공하는 간식도 먹었다.


1. 집  → 치과(금천구) + 금천예술공장 : 소요시간 55분. 

2. 금천예술공장  → kbs : 25분 

3. kbs  → 집 : 소요시간 44분. 






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1120 빅매치 ★☆ / 모던발레 채플린

11월20(목)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빅매치>(2014) 시사회.

별점: 




 시사회 상영 직전에 영화사 관계자가 스크린 앞으로 나와 무대 인사를 했다. 
인사 내용은 "오락을 중심에 두고 재미에 집중한 영화"라는 것이었고, "빅 시즌에 해외 대작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영화를 내놨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후 누군가 이 영화에 대한 재미 여부를 묻길래 내가 해준 답은 이런 것이었다. "영화를 본 후 재미삼아 평점을 매기는 건데, 대중 기호와 내 기호 사이의 격차를 느낄 때가 요즘 특히 많다. 나는 너무 황당하고 시덥지않게 본 영화에, 박장대소하는 일반 관객의 모습을 볼 때 그런 격차를 느낀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볼 때 내가 살핀 시사회 관객의 일반적 반응은 미지근했다."  

외화 <스피드>처럼, 멈출 수 없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위험에 맞서야 하는 어느 격투기 선수 모험담이다. 아무리 장르영화가 관객이 영화의 허구적 설정에 묵인을 하고 들어가는 거라지만, <빅매치>는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은 매우 낮고, 출연진 대부분이 구사하는 유모는 대부분 슬랩스틱으로 수렴된다. 그 점이 보는 내내 나를 짜증을 나게 만들었다. 공감하기 힘든 설정과 사건의 발생을 위한 무한한 우연의 일치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모한 도전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기다린다. 컨베이어 벨트가 밀어내는 일감의 기계적인 순서처럼 무한한 도전들이 주인공 앞에 밀려오지만, 긴박감을 느낄 수가 없다. 또 외화 <베트맨>의 악역 '조커'를 흉내낸 듯한 악역 '에이스'(신하균)의 캐릭터에서 독창성 없이 빈약하 상상력을 발견한다. '보아'처럼 아시아권 스타 가수를 이런 오락물에 배역을 맡긴 것도 안일해 보였다.  

'대중적 기호에 부합한 오락과 재미란 게, 고작 빈약한 상상력에 스타 두어 명을 결합시킨 화면'이란 말인가? 이런 허탈감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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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20(목) 17시. 메가박스 코엑스 <Chaplin: Leipziger Ballett>(?) 시사회.

별점: 보류





극장에 들어서기 앞서, 누군가를 극장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연신 길을 못 찾아서 예상 못한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불행히도 객석에 황급히 들어간 후에도 영화에 신경을 쏟질 못하면서 봤다는 것. 현대 무용 라이브 공연을 촬영해서 스크린으로 이동시킨 영화다. 대사 없고, 배우(무용가)의 인체 움직임만으로 스토리를 추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게다. 중절모, 시계태엽 기계처럼 움직이는 몸 동작, 지팡이, 앞코가 튀어나온 구두, 콧수염.... 채플린의 고정된 소품들은 그를 어떤 구도로 치환해도 손쉽게 상용화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것 같다. 

무용 라이브 공연을 스크린으로 본 거지만, 공연을 보는 현장의 관객들도 '박수를 쳐야하는 타이밍'을 잘 몰라서 주저하는 낌새를 스크린 너머로까지 느낄 수 있었다. 궁금했던 두 가지는 Samuel Barber's Adagio for Strings같은 단조풍으로 이 희극배우를 내세운 무용극의 대미를 장식한 이유를 통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과, 이 현대 무용극이 스크린으로 확대 되었을 때의 생길 효과가 무얼까하는 것.